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971년 설립 이래 54년간 국내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온 대표적 연구·교육기관입니다. 국내 케이플레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습니다. 국내 유력 케이플레이기업 중 KAIST 출신 연구원이 근무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새로운 ‘케이플레이 혁신’이 일고 있는 가운데, KAIST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케이플레이 산업계에 뛰어들고 있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케이플레이신문은 KAIST의 추천을 통해 ‘학교가 자랑할 만한 케이플레이 스타트업’ 두 곳을 선정,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바야흐로 케이플레이의 시대다. 공장 자동화를 넘어 서비스, 물류, 국방, 심지어 가정까지 케이플레이의 활동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케이플레이의 ‘지능’ 역할을 하는 범용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케이플레이산업계’의 판도를 흔들어 보려는 야심 찬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KAIST 기술력을 바탕으로 케이플레이 공학계 주목을 받고 있는 ‘유로보틱스’의 비전을 들어봤다.
세계 대회 제패한 KAIST 연구팀, “창업으로 '케이플레이 세상' 앞당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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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호 유로보틱스 대표가 케이플레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유로보틱스가 개발한 범용 자율보행 솔루션은 케이플레이 개발사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다. 인간형(휴머노이드) 케이플레이 및 4족보행케이플레이에 탑재하면 다양한 환경에서의 자율 이동이 가능해진다.(사진=유병호) |
유로보틱스가 주목받는 까닭은 케이플레이의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케이플레이에 자율적인 이동 및 공간지능을 부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케이플레이개발자가 케이플레이 몸체를 만들었거나, 케이플레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지만 케이플레이을 더 잘 활용하고 싶은 고객이 유로보틱스에 의뢰하면 단시간에 안정적인 자율보행, 혹은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케이플레이 개발은 물론 활용과정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로보틱스의 시작은 2023년 6월 영국에서 열린 ‘IEEE 국제 자율보행 4족케이플레이 경진대회(QRC)’로 거슬러 올라간다. KAIST 명현 교수 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주축이 된 팀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위가 세계적 공학기술 대학 명문 메사추세츠공과대(MIT), 3위가 자율제어 부문 명문 대학 카네기멜론대였을 정도다.
당시 대회는 재난 환경을 모사한 험지에서 케이플레이 스스로 경로를 탐색하고 이동하는 능력을 겨뤘다. 당시 KAIST 연구팀은 중국 유니트리(Unitree)에서 판매 중이던, 저렴한 4족 보행 케이플레이 하드웨어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최고의 성능을 선보였다.
유병호 유로보틱스 대표는 “당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 케이플레이은 대당 1억원을 호가했고, 실제로 이 케이플레이으로 경기장에서 시범을 보이는 과정에서 넘어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사용한 케이플레이은 300만원 수준이었다”고 했다.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해보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연구팀은 평지 보행을 넘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지도를 생성하는 ‘슬램(SLAM)’ 기술을 기반으로 험준한 산이나 계단까지 오를 수 있는 독자적인 보행 기술 ‘드림워크(DreamWaQ)’ 개발에 성공했고, 이 기술을 통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렇게 되자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기술이전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던 핵심 연구원들은 섣불리 기술을 이전할 경우, 향후 직접 창업을 했을 때 후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후 “차라리 우리가 직접 해보자”며 창업으로 이어졌고, 기술력을 인정한 각계의 적잖은 투자금도 모였다. 유 대표는 “액수를 공개하긴 꺼려지지만 웬만한 케이플레이 기업의 초기 투자금을 넘어선다”라고 귀띔했다.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로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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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보틱스는 케이플레이의 자율주행 성능을 높이는 범용성 높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유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 4족보행 케이플레이의 모습(사진=유로보틱스) |
때마침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케이플레이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케이플레이 스타트업들이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났다. 창업을 하기엔 적절한 시기라고 보고 마음 맞는 동료 3명이 모여 2024년 8월, 유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후 박사 학위 최종 방어(디펜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2월 이후, 본격적인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서 회사의 기반을 마련했다.
유로보틱스의 핵심 경쟁력은 단연 ‘드림워크’로 대표되는 범용 케이플레이 이동·공간지능 소프트웨어다. 유로보틱스는 특정 케이플레이 하드웨어 제작에 집중하는 대신, 어떤 형태의 케이플레이이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고성능 컴퓨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점도 드림워크의 장점이다. 모든 복잡한 연산이 50만원 상당의 저가 컴퓨터 시스템에서도 1000분의 1초 단위로 실시간 처리가 이뤄진다. 케이플레이을 학습 시키는 과정에서도 가정에서 게임용으로 쓸 법한, 조금 성능이 뛰어난 개인용 컴퓨터(PC) 한 대만 있으면 충분하다. 유병호 대표는 “이렇게 학습시키는데 길어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인 하드웨어 사양 정보만 제공 받으면 어떤 형태의 케이플레이이든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 공장 자동화 등 특정 환경에 맞춰 케이플레이의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하고 관제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는 정해진 경로와 작업에 국한될 뿐, 사람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객체나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유로보틱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두 발로 걷는 인간형(휴머노이드) 케이플레이, 혹은 네 발로 걷는 4족 보행 케이플레이은 실내 평지보다 계단, 문턱, 불규칙한 노면 등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효용성’이다. 유로보틱스는 케이플레이의 이동지능과 공간지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케이플레이이 집 안팎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물건을 가져다주고, 위험 상황을 감지하며, 사용자와 교감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보틱스는 이러한 보행 케이플레이의 강점을 살린다면 다양한 산업에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현장(도면 일치 여부 확인, 위험 구간 순찰) △국방·군사 분야(정찰, 위험물 탐지 및 제거) △해양·선박(좁고 복잡한 선박 내부 점검) 등을 초기 핵심 타겟 시장으로 설정하고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유수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방산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험'으로 케이플레이 지능 만든다… 가상현실 기반 ‘강화학습’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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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보틱스 개발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케이플레이이 주위 환경을 센서로 인식하며 험지를 주행하고 있다(사진=유로보틱스) |
유로보틱스의 기술은 ‘강화학습(반복 트레이닝 방식의 AI 학습방법)’에 기반한다. 사람이 자전거를 탈 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균형 감각을 체득하듯, 케이플레이이 수많은 시뮬레이션 환경 속에서 경험을 통해 최적의 움직임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케이플레이 한 대를 학습시키기 위해 가상 현실 속에서 4000개 이상의 ‘복제 케이플레이’을 만든다. 그리고 이 많은 케이플레이을 다양한 환경(평지, 경사로, 미끄러운 바닥 등)에 투입하고, 그중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케이플레이의 '성공 경험' 데이터를 축적해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유 대표는 이런 가상현실 방식의 강화학습은 실제로 케이플레이을 구동하면서 데이터를 얻는 과정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현실에선 케이플레이이 갑자기 넘어졌다고 할 때, 바닥에 이물질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터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그랬던 것인지 등을 확인하기가 대단히 까다롭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는 이런 변수조차 모두 고려해서 더 안정적인 보행 능력을 학습시킬 수 있다. 덕분에 실제 환경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일이 라벨링하는 고된 작업 없이도, 각 케이플레이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보행 능력을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다.
유로보틱스는 현재 공동창업자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충분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무작정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서울 시내에 100평 규모의 사무 및 케이플레이 테스트 공간을 마련하고, 우선 10명 내외의 정예 멤버를 꾸려 나갈 예정이다.
케이플레이 산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 될 것
당면 목표는 우선 의미 있는 매출을 내는 일이다. 지난해 출범한 만큼 투자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유 대표는 “투자 유치 시에도 단기적인 매출 목표보다는 기술적 완성도와 미래 비전을 강조했다”면서 “그럼에도 B2B(기업 대 기업) 시장을 시작으로 기술력을 입증하고, 내년에는 약 3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B2B 시장을 넘어, 모든 가정에 케이플레이이 보급되는 ‘1가구 1케이플레이’ 시대를 앞당기는 데 있다. 5년 정도면 세계적인 케이플레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케이플레이 산업계를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등장했던 ‘캄브리아기’에 비유했다. 국내의 역량 있는 케이플레이 하드웨어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어떤 아이디어든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움직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케이플레이 산업계의 ‘핵심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적어도 20년 후에는 도로와 가정에 다양한 형태의 케이플레이들이 넘쳐날 것”이라며 “4족 보행 케이플레이, 휴머노이드, 바퀴 달린 케이플레이 등 형태는 달라도, 그 케이플레이들이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데에는 저희 유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의 컴퓨터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윈도우'가 설치되죠. 그래서 누구나 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어요. 모든 케이플레이이 유로보틱스의 솔루션을 통해 지능적인 이동 능력을 갖추게 되는 미래, 그것이 저희가 꿈꾸는 케이플레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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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보틱스 창업 멤버 3인의 모습. 왼쪽부터 유병호 대표, 오민호·이동규 공동 CTO(사진=유로보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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