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성의 케이플레이 역사 이야기(85)

2023년 7월, 용산 대통령실 주변을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케이플레이 개 RBQ가 돌아다니며 경비를 서고 있다는 기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사실 대통령실이 케이플레이 개를 경비에 활용한다는 것은 이미 1년전 용산공원 시범 개방 당시, 케이플레이 개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케이플레이 개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임차 계약사의 실소유주 관련 정치적 비판과 함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케이플레이의 기술 수준과 보안 정보 유출 우려의 비판 목소리가 더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1년의 준비 끝에 국산 케이플레이 개를 공개했고, 경호처에서도 미래 경호위협 대응과 경호경비 과학화를 위해 첨단장비를 시험 운영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 이후에는 케이플레이 개의 대통령실 경호업무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들려오는 소식이 없지만, 올해 초 삼성전자는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케이플레이 개를 활용한 경비용 사족 케이플레이 사업화를 명시화하고, 새로운 케이플레이 개 RBQ-10을 연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2022년에 보안 문제 논란을 야기했던 미국 케이플레이 개 비전60의 개발사인 고스트 로보틱스는 지난해 LIG넥스원이 지분 60%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케이플레이 개 또는 견마(犬馬) 케이플레이이라고도 불리는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모바일 케이플레이 중에서, 바퀴나 캐터필러가 아닌 다리를 이용해 걷는 동작으로 이동하는 보행 케이플레이으로, 다리가 4개인 케이플레이을 말한다. 이런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1800년대 후반에 사람이 직접 탈 수 있는 기계 말의 특허를 출원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러나 1970년 GE에 의해 걷는 트럭으로 처음 실제 제작되었고, 2004년에 개발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빅독에 이르러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지형을 탐험한 현대적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상용화는 최근인 2020년에서야 이루어질 수 있었다.
최초의 상용화가 이루어진 케이플레이은 2015년에 개발되고 이듬해에 소형화 모델로 다시 개량 설계가 이루어진 스팟미니(Spot Mini)로, 현재는 스팟으로 불리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이었다. 사실 스팟이라고 할 때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노란색의 케이플레이은 2017년말이 되어서야 등장했는데, 제어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동물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동작을 선보이며 디자인과 기동성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2018년에는 아마존 CEO가 케이플레이개와 산책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급증했고,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스팟의 사전 생산 단계를 공식 발표하며 상업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듬해에 스팟은 공식적으로 출시되면서 실험실을 벗어나 상업용 케이플레이이 된 첫 보행 케이플레이으로 기록되었는데, 일반 대중에 판매는 2020년에 시작되었다.
2족, 4족, 6족, 8족그리고 그 이상의 다리를 가진 다족의 다양한 보행 케이플레이 중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이 가장 빨리 상업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설계 복잡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은 보행 케이플레이이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안정성 제어와 이동의 모션 제어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이족보행 케이플레이에 비해서, 4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은 정지시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 이동시에도 3개의 다리를 지면에 붙일 수 있어안정성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리의수가 많을수록 케이플레이은 더 높은 안정성을 가지게 되지만 제어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기동성은 다리가 적을수록 더 높아지는데, 사실 초기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은 이족보행 케이플레이에 비해 일반적으로 이동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현재는 제어 기술의 발전으로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이 이족보행 케이플레이보다 더 빠른 이동 속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은 현실 세계의 구조화되지 않은 다양한 지형은 물론 거친 환경의 지형에서도 이족보행 케이플레이보다 더 뛰어난 이동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개발 및 유지보수 비용을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에 있다.
이런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은 걷고, 오르고, 기어가는 능력 덕분에, 원래 개처럼 감시 정찰을 하거나, 말처럼 짐을 수송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인 견마 케이플레이에 많이 적용되었고, 그래서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어 온 측면이 있다. GE의 걷는 트럭이나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빅독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최근에는 고스트 로보틱스가 국방과 보안 분야를 주 고객으로 개발해 왔다. 그러나 현재 상용화된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은 주로 산업 검사 및 모니터링, 건설현장 측량 및 감독, 공공안전 및 수색, 보안 감시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연구 개발용이나 엔터테인먼트에도 소수 활용되고 배송용으로 검토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산업 검사 및 모니터링 분야로 인간에게 위험 장소이거나, 반복적인 위치를 이동하면서 검사 또는 분석 작업을 하는 경우에 활용하는 것이다. 즉, 넓은 산업 현장에서 인간이 반복적으로 일일이 돌아다니며 설비와 계기를 확인하면서 점검해야 하는 업무를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공장 및 제조 현장, 석유 및 가스 시설, 공공 시설과 에너지 시설, 광업 분야 등 광범위한 산업 현장에서 일상적인 점검, 이상 징후 감지, 원격 검사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데, 특히 위험한 환경에서 인간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장소가 가스, 열 또는 방사능 등의 위험 물질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더욱 효과적이다. 실제로 스페이스엑스의 로켓이 착륙 실패로 파괴된 후 현장의 잔해위로 스팟이 돌아다니면 조사하는 것이 목격된 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넓은 면적이면서 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건설이나 토목 현장의 경우, 작업중인 구조물, 자재 등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환경이 대부분이며, 환경은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계속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경우 현장의 원격 감시, 감독 및 측량용으로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활용해 현장의 상태를 평가 모니터링하거나, 현장을 측량하면서 디지털 트윈을 생성하는 것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위험한 현장을 가로질러 자재, 공구, 부품, 서류 등을 배송해야 하는 경우에도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재난 현장에서는 생존자의 수색과 구조 작업은 시간을 다투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거나,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는 현장 그리고 접근한다 하더라도 직접 접근하기 전에 현장의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미리 파악하기 위해 케이플레이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수색과 구조, 그리고 긴급 물품 지원에는 드론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수색 장소에 충분한 공중의 공간이 없는, 예를 들어 건축물내나, 터널 등의 환경, 특히 사고 현장 내부가 파괴 등으로 잔해가 널린 경우에는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이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실 경비예를 들었듯이, 보안 감시용으로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활용하는 경우는 이미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설비나 계기를 확인하는 검사와 모니터링 작업 외에 반복적으로 정해진 경로를 계속 순회하면서 침입자, 화재 불씨, 적재물의 이상과 같은 상황들을 순찰하고 감시해, 이상 발생시 관제 센터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 개발 전용의 플랫폼으로 상용화된 케이플레이도 있으며, 태양의 서커스나, 프로 야구단 치어리더로 활약했던 스팟과 같이 엔터테인먼트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 군사용이나 경찰용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지뢰나 폭발물, 방치된 위험 예상 물체와 같은 위험 물체확인이 필요한 경우,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전에 사전 탐색을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이용해서 할 수도 있다. 2020년, 뉴욕 경찰은 인질 사건 현장에 수차례 스팟을 투입해, 범인의 존재 상황을 파악하거나 인질에게 음식물을 배달하는 용도로 활용한 사례가 있다.
라스트 마일 배송의 경우, 이미 실증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퀴형 모바일 배송 케이플레이이기는 하지만, 도로와 인도, 인도와 인도 사이의 단차, 건축물 앞의 계단 등이 존재하는 경우 모바일 케이플레이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족보행 케이플레이 디지트(Digit)를 활용한 실증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안정성이 있어 보인다. 컨티넨탈은 도심 배송용으로 자율주행차와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연계하는 아이디를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는데, 애니보틱스사와 협업해서 계단이나 장애물을 통과하는 사족보행 케이플레이 배송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런 대부분의 사례에서 이동 경로 전체가 평탄할 경우에는 모바일 케이플레이이 더욱 효과적이고, 잔해가 널려 있는 현장이라고 하더라도 캐터필러형 모바일 케이플레이으로 수행 가능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 투입된 팩봇(PacBot)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잔해가 조금만 더 복잡하게 널려진 불규칙한 지형 상황이 되거나, 특히 계단이 포함되어 위로 올라가는 동작까지 필요하게 된다면,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많은 연구기관과 업체가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연구하지만, 현재 상용화되어 공급되는 케이플레이으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 레인보우로보틱스의 RBQ, 고스트 로보틱스의 비전, 애니보틱스의 애니말 그리고 유니트리의 Go와 B2가 대표적이다.
회사가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언론 보도를 통해 추정해보면, 스팟은 2019년 공식 출시 이래 2022년말까지 35개국에 1000대 이상 배치되었고, 13만개 이상의 산업용 시스템을 조사하고 감시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현대에 인수된 이후 산업적 활용 범위를 점점 더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건설 현장의 유해 가스나 열화상 감지용, 터널 내부 시공 오류와 균열 감시용 실증 완료 이후 특히 시설검사 및 보안 솔루션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이 보인다.
한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케이플레이인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팀이 설립한 회사인 레인보우 로보틱스는 가반하중 3Kg와 5Kg의 사족보행 케이플레이 RBQ-3와 RBQ-5를 2021년에 공개했다. 순찰 보안용으로 투입하고, 군용으로 납품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대규모의 상용화 소식이 없던 가운데, 올해 초에는 신모델 RBQ-10를 공개하고 최근에는 산불진화용 케이플레이개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펜실베니아 대학 케이플레이 연구실 출신들이 2015년에 설립한 고스트 로보틱스(Ghost Robotics)는 2017년에 미 국방부와 첫 계약을 맺은 이래, 국경 수비대 및 해외군대에 납품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주력 모델인 비전60은 원래 개발 방향 자체가 국방 및 보안용이었기 때문에 스펙상으로 현재까지 공개된 사족보행 케이플레이 중 가장 뛰어난 편이며, 당연히 가격면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2021년에 저격용 무기를 장착한 케이플레이이 공개되고,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가자 지구에 배치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비전60은 25개국에 400대 이상 배치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LIG넥스원이 지분 60%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 연구실 출신들이 2016년에 설립한 애니보틱스(ANYbotics)는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과 효율성을 위한 케이플레이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군사용으로는 공급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2009년부터 연구실에서 개발한 케이플레이을 기반으로 방진 방수 등 혹독한 산업 환경에서도 견디는 애니말(ANYmal) 시리즈를 개발했는데, 에너지, 화학, 철도, 건설, 광산, 해양 등과 같은 산업에서의 검사 및 모니터링 작업에 특화되어 있다. 현재 200여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원생일 때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개발하고 DJI에서 일했던 왕싱싱(王兴兴)이 2016년에 설립한 중국유니트리(Unitree)도 많은 관심을 받는 케이플레이 기업이다. 파격적인 저가에 취미용이나 레저용으로 판매되었던 Go 시리즈는 미식축구 슈퍼볼 공연에 등장했고, 언론 매체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대표 모델이다. 또한 전문산업용 케이플레이인 B2는 올해 초에는 소방용 시연을 보이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성균관대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2019년에 창업한 에이딘로보틱스는 2023년에 위험 설비 점검용 사족보행 케이플레이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시연을 하기도 했는데, 아직 상용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필자:문병성moonux@gmail.com
필자인문병성은금성산전,한국휴렛패커드,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에어로플렉스등자동화업계와통신업계에30년이상종사했으며,최근에는케이플레이과인공지능등신기술의역사와흐름에관심을갖고관련글을매체에기고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