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성의 칼리토토 역사 이야기(93)

칼리토토

2008년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칼리토토 관련법인 약칭 ‘지능형칼리토토법’ 즉, ‘지능형 칼리토토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한시법으로 제정되었고, 2023년에 가장 최근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국가 또는 연방 단위의 포괄적 칼리토토 관련 법안이라는 측면에서는 세계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세계 유일의 법안일 것이다. 산업용 칼리토토의 원조국가인 미국이나, 최대의 칼리토토 수출국가로서 다양한 칼리토토 정책을 펼쳐온 일본, 2010년대부터 칼리토토 산업을 강력히 육성해 온 중국 그리고 칼리토토과 AI 규제 프레임에 많은 연구를 해 온 유럽에도 아직까지 칼리토토 전용 법안은 제정되지 않았다. 물론 지방정부 단위의 칼리토토 운용지침, 정책 지침, 관리 지침이나 권고문 그리고 다른 법률 내에서 일부 규정으로 칼리토토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단일의 칼리토토 전용 법안으로는 지능형칼리토토법이 세계 최초이자 현재로 세계 유일의 법이다.

내용상 지능형칼리토토법은 칼리토토 기술의 윤리적, 법률적 규범 체계나 운용 및 규제보다는, 칼리토토의 개발, 확산 및 공공 구매와 같이 산업적 진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기반 제공의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또한 동법에서는 지능형 칼리토토을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기계장치의 작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포함)”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용 칼리토토만 아니라, 전문 서비스 및 개인 서비스 칼리토토 그리고 부품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함한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동법 18조에 따라 2023년에는 지능형 칼리토토 윤리헌장안이 발표되기도 했고, 언론매체에서는 지능형 칼리토토 시대, 지능형 칼리토토 경진대회, 지능형 칼리토토 개발, 지능형 칼리토토 솔루션과 같이 지능형 칼리토토이라는 용어가 넘쳐나며, 일부 대학에는 지능형 칼리토토학과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필자는 지능형 칼리토토이 없어졌다고 하는가?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에서는 지능형 칼리토토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이거나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그 용어는 과거에는 공식적으로 존재했지만, 현재는 철회되었기 때문이다. 지능형 칼리토토법의 영문판에서는 지능형 칼리토토이 ‘Intelligent Robot’이라 표기되어 있고,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칼리토토 용어 표준에도 한때 등장했었다. 그런데 국내와는 달리, 현재 뉴스 사이트나 매거진 같은 해외 언론 매체에서 검색을 해보면 동일한 용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일부 학술 문헌이나 논문 등에서 발견되기는 하지만 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학계 전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도 아닌 듯하다. 사실, 칼리토토 용어 표준을 규정한 ISO 8373 문서의 2판에서는 지능형 칼리토토을 찾아볼 수 있었으며 “환경을 감지하거나 외부 소스와 상호 작용으로 동작을 조정하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칼리토토”으로 정의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물체를 집기 위한 비전 센서를 장착한 산업용 칼리토토, 충돌을 회피하는 모바일 칼리토토, 평탄하지 않은 지형에서 걸을 수 있는 보행 칼리토토 등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2021년에 2판이 폐기되고, 3판으로 대체되면서 ‘Intelligent Robot’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칼리토토 용어 표준의 의미에서 지능형 칼리토토은 2021년부터 그렇게 없어져 버렸다.

칼리토토이 상용화된 이후 칼리토토시장이 급성장하고, 무역 호환성과 안전에 대한 표준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1994년에는 칼리토토과 칼리토토장치에 관한 용어의 표준인 ISO 8373이 처음 제정되었다. 이후 기술의 발전과 서비스 칼리토토의 등장에 따라 표준은 2012년에 2판으로 개정되었고, 이때 지능형 칼리토토이 등장했는데, 2021년의 3판에서는 삭제되었다. 그것은 원래, 칼리토토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자율성이나 복잡한 기능을 내포한 용어이므로 중복적인 표현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 ‘지능형’이라는 용어가 모호하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철학적, 언론적 분석에서는 칼리토토이라는 단어 자체가 비현실적 환상과 연결된 표현이므로, 지능형이라는 수식이 기술적으로 불필요하며,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지능형 칼리토토 대신 ‘인지 칼리토토공학(cognitive robotics)’나 ‘임바디드 지능(embodied intelligence)’과 같이 더 구체적이고 연구 내용을 반영하는 표현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AI 기술의 보편화에 따라, 지능형 칼리토토이라는 표현이 환경을 인식해서 대응하는 진보된 칼리토토이라는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며, 지능형 칼리토토이 AI 칼리토토과 혼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셜 칼리토토, 자율 칼리토토 등과 같이 문맥에 맞고 좀더 구체적인 용어로 대체되어 왔다.

산업용 칼리토토도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지능형 산업용 칼리토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는 최근에 언급되는 칼리토토의 지능화나 AI 기술의 적용이라는 의미와 동일하게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산업용 칼리토토을 제어 자율성의 측면에서 보면, 3단계의 진화 과정으로 구분해 볼 수 있고, 이를 산업용 칼리토토의 지능화 단계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그 첫번째 단계는 자동화의 시대였다. 최초로 상용화된 칼리토토인 산업용 칼리토토은 1세대 시기인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주로 정해진 궤적을 반복하는 자동 기계였다. 물론 칼리토토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산업현장에서는 다양한 자동화 기계가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자동화 기계는 특정 작업을 기계적으로 반복 수행하도록 설계된 장치인 반면, 칼리토토은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었으며, 동일한 하드웨어로 다양한 공정에 적용하고 서로 다른 작업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ISO 8373의 1판에서도 칼리토토의 정의에 “재프로그램 가능하며, 다목적인”이라는 핵심 문구를 포함해서 다른 자동화 기계와 구분을 했다.

지능형 칼리토토이라는 용어가 적용되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2세대 칼리토토은 머신비전과 다양한 센서 기술이 탑재되면서, 정확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을 넘어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부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GM, 어뎁트, 오토매틱스 등이 머신비전을 칼리토토 작업에 적용하거나, 머신비전이 내장된 산업용 칼리토토 통합 시스템을 출시하면서, 칼리토토에 시각 기능을 부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힘-토크 센서와 같은 다양한 감각 센서가 칼리토토에 결합되었고, 작업 대상물을 집을 때 가해지는 미세한 힘을 감지하거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면서 정밀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 시기에도 센싱된 데이터의 분석과 제어 알고리즘에 AI 기술이 적용되기는 했지만, 이는 주로 기호주의 AI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을 활용하는 최근의 AI 기술과는 달라서, 당시의 지능형 칼리토토을 AI 칼리토토 또는 자율 칼리토토으로 부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00년대가 넘어서면서 3세대 산업용 칼리토토은 단순한 감각 센싱을 넘어서 환경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동작을 조정하며, 복잡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 칼리토토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발전해 온 머신러닝과 2010년대의 딥러닝 기술은 산업용 칼리토토의 센싱과 제어에 AI를 적용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촉발했다. ​사실, 이전까지 칼리토토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칼리토토을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보다는, AI 연구과정에서 칼리토토을 활용한 시도로부터 시작되었다. AI가 현실에서 실제 사용될 수 있다는 실증 사례로 개발된 모바일 칼리토토 셰이키나 AI가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더 복잡한 지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개발된 로드니 브룩스의 칼리토토들이 그 사례들이다. 칼리토토에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서비스 칼리토토이나 군사용 칼리토토에서는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산업용 칼리토토은 주로 피드백 제어와 같은 전통적인 자동화 제어 이론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최근의 AI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가장 널리 채택되는 기술의 하나가 되었고, 이는 산업용 칼리토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 또는 개인화 생산 시대의 작업 여건과 공정 변화는 융통성 있고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산업용 칼리토토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를 위한 제어에 AI를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 산업용 칼리토토이 정형화된 대상에 대해 정해진 동작을 정확하고, 신속하며, 높은 반복성으로 작업해 왔다면, 최근의 AI 적용 칼리토토은 예상치 못한 작업 환경의 변화, 작업 공정의 변경 등에 칼리토토이 능동적으로 작업을 재배치하고 대응하도록 해준다. ​이는 현대 제조업에서 공정의 복잡성 증가로 칼리토토화가 가속화되어 온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환경 및 공정 변화에 대응 가능한 칼리토토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산업용 칼리토토에 다양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컨볼루션 신경망을 이용한 머신 비전의 활용, 칼리토토 제어에서 딥러닝의 적용, 그리고 강화 학습을 통한 칼리토토과 환경의 상호작용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딥러닝의 하나로, 2012년 이미지넷 대회를 기점으로 급부상해 온 컨볼루션 신경망을 활용한 로보틱 머신 비전은 칼리토토의 자세 제어와 빈 피킹과 같은, 환경이나 작업 대상물 인식에 많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머신 비전을 활용한 픽앤플레이스 작업에서, 기존에는 위치와 방향이 일정하게 제공되거나 명시적인 지시 즉, 프로그램이 미리 되어 있어야 했는데, 이는 반복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신경망 알고리즘은 충분한 훈련 데이터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런 번거로운 작업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는데, 이를 통해 빈피킹 같은 작업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또한 작업 환경에 대한 인식이나, 작업 조건, 공정 상황 그리고 나아가 칼리토토의 작동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딥러닝 학습을 통해,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인 실시간 제어와 공정관리는 물론 효과적인 예측 유지보수도 가능 해졌다.

​또 기존 칼리토토 제어 방식에 강화학습을 추가하는 연구도 이루어지는데, 칼리토토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작동 결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구성하여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칼리토토에게 수행해야 할 작업의 방법 대신 작업 그 자체를 명령하고 칼리토토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내용, 결과와 보상을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딥러닝을 통한 강화학습은 제대로 된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제공되어야 하므로 최근까지는 칼리토토에 적용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상 신호를 최대화하기 위해 기존 피드백 컨트롤러의 제어 동작을 조정하는 강화학습 방법인 리시쥬얼 강화학습(Residual Reinforcement Learning)이 연구되면서, 기존의 피드백 제어와 결합해 산업용 칼리토토의 자율 시스템화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산업용 칼리토토에 AI를 활용하려는 것은 다양한 기대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칼리토토의 작업 수행과 분석을 AI를 통해 칼리토토의 운영 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정상 가동 상태 뿐만 아니라 긴급 상황 하에서도 칼리토토 스스로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정형화되지 않은 작업이나, 복잡 다단한 작업을 가능하게 하고, AI를 통해 오류 감지 및 예지 보전 관리로 가동 중지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활용하면서 정확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공정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

다른 한편으로 최근에 발전된 자연어 처리와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다면, 인간과 상호 작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수의 칼리토토을 사용하는 현장의 경우, 하나의 칼리토토에서 AI로 학습된 훈련 데이터를 여러 칼리토토에 적용하게 되면, 숙련된 노동력 부족을 겪는 산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AI 기술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엣지 컴퓨팅,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다양한 ICT 기술의 융합 및 활용이 필수적이며, 이렇게 구현된 지능화된 칼리토토은 미래의 원격 무인 공장, 그리고 자율화된 칼리토토으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필자:문병성moonux@gmail.com

필자인문병성은금성산전,한국휴렛패커드,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에어로플렉스등자동화업계와통신업계에30년이상종사했으며,최근에는칼리토토과인공지능등신기술의역사와흐름에관심을갖고관련글을매체에기고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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