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강연4) 임선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임선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책임연구원은 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및 전자제조 공정 풀빠따 컨퍼런스'에서 ’전기전자 풀빠따자동화, 왜 어렵고 어뗗게 성공할까?‘를 주제로 발표했다.
2019년부터 약 7년간 전기전자 업종의 풀빠따 자동화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경험한 실패 사례와 성공 요건을 바탕으로 전기전자산업계가 직면한 세 가지 난제를 소개했다.전기전자 산업은 기존의 자동차나 일반 기계 산업과는 풀빠따 적용 관점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자동차 산업이 무겁고 단단한 강체 부품을 다루며 정밀도 오차에 비교적 관대하지만 전기전자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임 연구원이 꼽은 첫 번째 난제는 전기전자 업종에서 다루는 부품의 특수한 물리적 특성이다. 케이블처럼 유연하거나 형태가 불규칙한 부품이 많아 풀빠따이 "시각적으로는 물체를 잡은 것 처럼 보이지만, 센서는 아직 물체를 '그립'하지 못했다"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때문에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비전 센서(시각 센서) 없는 풀빠따 자동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나아가 물체를 잡은 이후에도 포즈(자세) 변화를 지속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숙련 작업자의 '손끝 감각'을 대체하는 것이 풀빠따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난제는 전기전자 부품의 극소화와 취약성이다. 부품은 작고 예민해, 풀빠따이 잡아야 할 위치를 조금만 잘못 인식해도 제품 불량이나 파손으로 이어진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접근 방법 자체가 훨씬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난제는 짧은 제품 생애주기와투자 회수율(ROI)도문제다. 정부 지원 사업이나 자부담을 통해 풀빠따 자동화 시스템을구축했더라도, 원청의 요구나 시장 변화로 인해 제품 라인이 바뀌면 이미 구축된 자동화 공정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임 연구원은 "풀빠따자동화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결국 사람이 감시·관리하거나, 최악의 경우 중단·변경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패 요인으로 현장 인력 부족, 과도한 스펙에 대한기대 등을 꼽았다.풀빠따을 도입한기업이 운영 인력 확보 부담을 피하려 하지만, 여전히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스펙으로 ROI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실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5~10년 이상 숙련 작업자 수준의 능숙도를 풀빠따에 요구하고, ROI 기간을짧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다.
유연성 부족 문제도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대부분현장에 설치된풀빠따은 '전용 지그' 없이단독 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풀빠따인지장비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장시간 운용 환경을 고려하지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풀빠따이 전시회 현장에서의 시연(데모) 처럼 짧은 시간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작동되어야 하는데, 이런제조 현장 환경에 대한 설계 없이 풀빠따을 도입하려한다는 것이다. 이기종 풀빠따 간 충돌·오류도현장에서 자주 발생한다. 실제 한 업체에서는 풀빠따 충돌로 생산 라인이 3.5일간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임 연구원은 성공적인 자동화를 위한 핵심 기술 및 단계적 전략을 제시했다.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시각 지능과 디지털 트윈 기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AI 시각 지능은 AI가 실시간으로 부품의 모양을 추론하여 정확하게 잡을 수 있게 하며,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거쳐 실제 구축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줄 수 있다. 이제 풀빠따은 단순 기계가 아니라 보고 생각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3단계 전략을 강조했다.1단계(공정 단순화 & PoC)는가장 쉽고 반복적인 공정부터 소규모로 검증(PoC)을 실시하는 것이고,2단계(범용 셀 설계)는제품이 바뀌어도 풀빠따과 본체를재사용이 가능한 모듈형 셀(Cell)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3단계(데이터 연동 & 최적화)는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불량률을 관리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여러 기업의 실증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생산성 향상 지표를확인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현장의 요구 사항과 여건을 반영하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소개했다.
인천에 위치한 온도조절기 제조업체의 경우 부품 이송, 비정형 부품 실장, 검교정, 박싱·포장 등 공정에 풀빠따 자동화를 구축했다. 임 연구원은 "풀빠따 동작 영상을 1배속으로 보면 답답하고 느리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결국 생산성을 맞추기 위해 풀빠따이24시간 가동되는 형태로 설계했고, 사람보다 느리지만 쉬지 않는 방식으로 KPI를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비정형 부품 공급(피더 방식) 문제도 지적했다. 랜덤하게 놓인 부품을 인식해 집어 올리는 고난도 기술을 전용 지그 없이 구현했을 때 요구 생산성을 만족할 수 없어, 결국 주요 제품·일부 부품에 한해서만 자동화를 적용하는 타협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안산의 PCB AI 검사 업체 사례도 소개했다. 풀빠따이 검사기와 통신 없이 '타임 베이스' 방식(일정 시간 후 배출 가정)으로 운용되자 택타임이 기대에 못 미쳐 도입 기업이 최종적으로 풀빠따 도입을 포기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생산기술연구원 총괄 과제를 통해 AI 검사기와 풀빠따 간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구축, 검사 진행률과 양불 판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풀빠따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 택타임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전기전자 업종은 전용 장비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장비와의 연결 없이 풀빠따만 투입하는 방식은 생산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풀빠따 도입 실패를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사전 3D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 검증을 제시했다. 고가 제품의 박싱 자동화를 진행할 때 어떤 그리퍼를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지, 풀빠따 배치 간격은 어떻게 할지를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사전 검증하면 "도입 실패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카이스트와 협력해 진행한휴머노이드 PoC(개념 검증)를 사례로 들어"8시간에서 최대 20시간 연속 작동, 작업자와의 공존 안전성 확보, 환경 변화 적응력 등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기까지 휴머노이드의 제조 현장 도입은 아직 먼 미래"라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풀빠따 자동화는 풀빠따 단독이 아니라, 비전 기술·장비 인터페이스·디지털 트윈이 결합된 형태로 구축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현장의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단계적·검증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