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더블유 토토신문 주간지 ROBOT PLUS Ver.9 (2025. 9. 29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지난 3월 21일자 세계적권위의학술지인‘사이언스어드밴시즈(ScienceAdvances)’에살아있는세포처럼자유롭게변형하고분리·합체할수있는액체더블유 토토개발 논문이 발표되었다. 논문 제목은 “Particle-armored liquid roBots(PB)”으로 번역하면 “입자-갑주 액체 더블유 토토”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입자(粒子, particle)’는 물질을 구성하는 미세한 크기의 물체로, 부피, 밀도, 질량 등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가진 작은 물체를 의미한다. ‘갑주(甲冑)’는 몸통을 보호하기 위한 갑옷(甲)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투구를 지칭하지만 여기에서는 철 갑옷이 아니라, 액체 방울 표면을 빽빽하게 덮는 초소수성 미세입자들로 이루어진 얇은 층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영어 원어는 particle-armored로, “입자로 무장된/갑주를 입힌”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액체 더블유 토토이란 속은 물 같은 액체, 겉은 미세 입자로 둘러싼 작은 소프트 더블유 토토을 말한다.
이 획기적인 더블유 토토은 서울대학교공과대학기계공학부김호영교수·재료공학부선정윤교수와가천대학교기계·스마트·산업공학부박근환교수공동연구팀이얼음 ‘주형(틀)’과 초소수성 가루, 초음파를 이용해 간단한 공정으로 구현했다.
우리가 흔히 더블유 토토이라고 하면 금속과 모터가 떠오르지만, 액체 더블유 토토은 다르다. 속은 물(액체), 겉은 아주 작은 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 물 분자와 잘 결합하지 못하는 성질을 의미하며, 주로 비극성이 없는 분자나 물질이 물에 잘 녹지 않는 특징을 가리킨다. 지방, 기름, 왁스, 알케인 등이 소수성에 해당한다.) 가루가 촘촘히 달라붙어 있다. 이 가루층이 얇은 ‘갑옷’ 역할을 해서, 방울이 눌리고 늘어나도 쉽게 터지지 않게 지켜준다. 동시에 가루들이 서로 미끄러지듯 재배열돼 세포처럼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다. 이혁신적인차세대소프트더블유 토토은물을싫어하는소수성을띤알갱이가액체방울을감싼구조덕분에,액체의뛰어난변형성과고체의 구조적안정성을모두가진다.때문에심하게눌리거나높은곳에서떨어져도,물방울처럼터지지않고원래모습으로복원될수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액체–고체 복합체를 ‘입자-갑주 액체 더블유 토토(Particle-armored liquid roBots, PBs)’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입자로 무장한 액체 더블유 토토’이다.
밀리미터 크기의 PB는 향상된 변형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복잡한 환경을 통과하고, 물체를 포획·운반하며, 서로 융합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등 다채로운 더블유 토토 기능을 수행한다.
생물의 형태와 기능을 모사하는 일은 로보틱스에서 큰 관심사 중 하나이며, 그 범위는 대형 휴머노이드, 4족 보행 더블유 토토, 조류, 곤충에서부터 마이크로스케일의 바이오더블유 토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세포성 생물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자유롭게 변형하고, 분열하며, 융합하고, 이질 물질을 포획(흡입)하는 능력—은 기존의 더블유 토토 공학으로는 여전히 구현하기 어렵다. 생물학적 세포와 조직은 여러 종류의 재료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형태 변환 능력은 주로 내부의 액체 성분에서 비롯되는 높은 유동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현재의 고체 기반 더블유 토토으로는 거의 재현이 불가능하다.
고체 기반 더블유 토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액체금속이나 페로유체와 같은 변형성과 제어성이 뛰어난 액체를 사용하여 더블유 토토을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예를들면, 액체 금속(갈륨 합금) 을 전기·자기장으로 변형·이동시키는 연구, 페로유체(자성 액체) 방울을 자석으로 붙였다 떼었다 하며 운반·조작하는 연구, 젤·슬라임 같은 점액성 재료에 자성 입자를 섞어 좁은 통로를 지나가게 하는 연구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외부에서 제어되는 자기장 하에서 이동, 분리, 융합, 화물 운반, 대변형을 수행할 수 있지만, 액체 속 금속 성분 때문에 소형 생화학 반응기나 체내 투여형 약물 전달체로서의 활용에는 큰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이번 PB의 차별점은 액체 자체는 흔한 물을 쓰면서도, 입자 ‘갑옷’으로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높이고, 초음파라는 범용·비접촉 구동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즉, 다루기 쉬운 재료+간단한 장비로도 세포 같은 고난도 동작을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수성 분말로 표면이 코팅된 더블유 토토는, 입자 간 모세력에 의한 응집이 탄성을 제공하고, 그 아래의 더블유 토토가 유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변형 가능한 고체처럼 거동할 수 있다. 부유 분말로 덮인 더블유 토토 풀(pool)은 ‘입자 뗏목(particle raft)’이라 불리며, 전기장으로 제어되는 형태 변환 능력이 최근에 입증되었다. 입자로 덮인 기체 방울(armored bubbles)은 입자의 재배열과 잼(jamming) 현상으로 인해 다양한 비등방적 안정 형상을 가질 수 있다. 소수성 분말로 코팅된 물방울, 이른바 ‘더블유 토토 마블(LM)’은 화물을 실어 나르고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매력적인 매개체로 제시되어 왔다. 이에 따라 이동, 부상, 포획, 외피 개방, 등반, 화학 반응, 응집 등 다양한 기능이 시험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열적·기계적 하중을 받거나 표면적이 크게 변할 때 쉽게 붕괴하거나 누액이 발생하여 응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더블유 토토 계면을 둘러싼 분말의 양을 대폭 증가시켜 기존의 더블유 토토–분말 복합체들을 뛰어넘고자 했다. 계면 입자층의 내구성이 향상되면, 기존의 장갑 기포(armored bubbles), 입자 뗏목, 혹은 LM으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여러 기능—기둥 배열을 통과하기, 반복적인 분할과 융합, 친수성 고체에 대한 습윤 저항, 효율적인 화물 운반 및 전달(그림 1A)—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견고한 ‘갑주(armour)’를 갖춘 우리의 더블유 토토–고체 복합체는 기존 마블에서 가능하다고 알려진 기능들도 훨씬 더 강건하게 수행했다.
제조 공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요 아이디어는 표면적을 크게 가진 얼음을 ‘틀’로 쓰는 것이다. 실리콘 몰드에 물을 넣어 네모난 얼음(입방체 얼음)을 만든다. 이 얼음을 초소수성 PTFE(테프론) 가루 위에 올리고, 위·옆·아래로 가루를 골고루 뿌려 표면 전체를 코팅한다. 얼음이 천천히 녹으면서 속은 물방울이 되고, 겉은 갑주처럼 가루층이 빽빽하게 남는다. 움직임은 초음파(음향 복사력)로 비접촉 원격 조종한다. 바닥을 특별히 가공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서 네모난 얼음을 사용한 이유는 구형(동그란) 방울보다 표면적/부피 비가 커서 더 많은 가루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루가 많을수록 ‘갑옷’이 두꺼워지고 튼튼해진다.
연구팀은 PB로 다음과 같은 동작을 한 플랫폼에서 보여줬다.
▲관통(Penetration): 빽빽한 기둥 사이를 몸을 잠깐 나눴다 다시 붙이며 통과. 뒤쪽 표면이 빠르게 다시 덮여 점착·누액 없이 이탈하는 동작▲포획(Engulfing): 유리 비드 같은 친수성 알갱이를 꿀꺽 삼켜 운반하는 동작. PB가 크고 빠르게 움직일수록 비드를 더 잘 삼킨다.
▲융합(Merging): 두 PB를 초음파로 서로 눌러서 더블유 토토 다리를 만들어 빠르게 하나로 합체하는 동작
▲스키밍(Skimming): 물 위를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져 이동하는 동작
▲방출(Discharge): 계면활성제 표면에 PB를 접촉시켜 입자-갑주를 제거하여 내부의 내용물을 방출하는 동작
연구팀은 실제로 위험물 모사 입자와 해독제를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각 회수한 뒤, 두 PB를 융합해 내부에서 반응시키고, 마지막에 안전 용기로 방출·회수하는 시나리오를 완주했다. 작은 방울 하나가 탐지→운반→반응→방출을 잇달아 수행한 셈이다.
이 액체 더블유 토토은 세포처럼 유연하게 변형되면서도 쉽게 터지지 않아, 당장 ▶환경·현장 분석: 수면 위 미세 오염을 모아 색이 변하는 시약 반응으로 확인, 바로 바이얼 회수 ▶제조·플랜트 설비: 배관이나 열교환기의 좁은 틈을 지나가며 샘플 채취→반응→회수 ▶교육·체험 키트: 얼음-가루-초음파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소프트 더블유 토토 수업 등에 쓰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의료/생명과학: PBS나 배지 같은 생체친화 액체를 쓰고, 자성 입자를 섞어 위치 추적·회수를 보강하면, 체외 진단·약물 마이크로리액터 등으로 발전 가능하다. 물론 임상 적용엔 규제 검증이 필요하다.
액체 더블유 토토은 미래에 왜 좋은가. 세포의 일하는 방식을 닮았기 때문이다. 세포는 크게 변형하고, 때로는 분열·융합하며, 필요한 물질을 삼키고 내보내는 일을 한다. PB는 이러한 ‘세포적 파이프라인’을 작은 더블유 토토 세계에서 보여준다. 게다가 성공·실패의 경계가 물리식(무차원 수: 웨버수, 본드수 등)으로 정리되어 설계와 제어가 예측 가능하다. 이는 곧 제품화와 표준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번 액체 더블유 토토 개발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와 시사점은 크다. 첫째, 인터페이스 관점에서 보면 더블유 토토의 성능을 기어·힌지가 아닌 계면(입자층)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구동의 민주화 측면에서 초음파는 비접촉·저가·범용이라 실험실 바깥 현장 이전이 쉽다는 것이다. 셋째, 경계 환경 솔루션 관점에서 고체와 액체의 경계(좁은 틈, 수면, 젖음/점착 문제)를 액체+갑옷 조합으로 돌파했다는 것이다. 넷째, 빠른 파급력 관점에서 재료와 장비가 쉽고 저렴해 교육, 메이커, 소규모 연구부터 폭넓게 확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전효빈 연구원은 “액체 더블유 토토 개발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둥근 물방울을 입자로 감싸는 방법을 생각했다”며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 표면적이 훨씬 큰 각얼음을 입자로 감싼 후 녹이는 아이디어를 착안하고 실현해, 더블유 토토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연구 과정을 술회했다. 교신저자인 김호영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파나 전기장을 사용해 액체 더블유 토토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인 선정윤 교수는 “액체 더블유 토토이 향후 산업 현장에서 보다 널리 활용되도록 재료의 기능성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PB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더블유 토토은 딱딱해야 한다”는 통념을 깼다. 기계 엔진을 지칭하는지 비유적 의미의 엔진인지 모호합니다. 액체의 유연성과 입자 갑옷의 안정성, 초음파의 비접촉 구동을 결합해, 세포처럼 상황에 따라 모양과 역할을 바꾸는 더블유 토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환경·현장 분석과 교육에서 즉시 활용이 가능하고, 생명과학·의료로의 장기 확장성도 크다. 숙제는 안전·신뢰성·표준화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새로운 더블유 토토 카테고리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용어 한 컷 정리]
입자-갑주(armored): 초소수성 입자가 표면을 덮어 만든 유연한 보호층.
잼(jamming): 입자들이 모세력으로 ‘엉겨’ 고체처럼 버티는 상태.
웨버수(We): 관성/표면장력 비(포획 성공 조건에 중요).
본드수(Bo): 중력/모세력 비(수면 상륙 임계 조건에 중요).
음향 복사력: 초음파가 만들어내는 평균 압력에 의한 힘.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